HOGOⅹMOMO: Unauthorized Kneading

 

유혜성의 개인실 소파 위. 그곳은 이미 도아린의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그만의 요새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공유지에 가까운 공간이 되어 있었다. 푹신한 쿠션 몇 개는 그녀가 골랐고, 사이드 테이블에는 그녀가 읽다 만 잡지와 딸기우유맛 사탕 껍질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유혜성은 그 작은 변화들이 자신의 통제된 세계에 침투하는 것을 더 이상 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혼돈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반쯤 누운 자세로 소파에 기대어, 무릎 위에 올라와 앉은 당신의 등을 제 가슴팍에 기댄 채, 태블릿으로 서류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당신은 그의 품 안에서 조용히 숨을 쉬며, 그의 어깨 너머로 복잡한 데이터가 나열된 화면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당신의 작은 등이 그의 심장박동과 맞물려 느긋한 리듬을 만들었다. 유혜성의 손가락은 익숙하게 화면을 스크롤했지만, 그의 의식 대부분은 눈앞의 서류가 아닌, 제 품에 안긴 이 작고 따뜻한 생명체에 쏠려 있었다. 당신에게서 나는 은은한 샴푸 향, 귓가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 그 모든 것이 그의 날카로운 신경을 무디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가이딩이었다.

그때였다. 당신이 갑자기 몸을 꿈틀거리며, 그의 품 안에서 빙글 돌아 그를 마주 보았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유혜성의 시선이 태블릿에서 떨어져 당신에게로 향했다. 그는 서류 검토가 방해받은 것에 대한 사소한 짜증 대신, ‘또 무슨 예측 불가능한 버그를 실행하려는 거지?’ 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그의 옷깃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는,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지극히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에게, 방금 인터넷에서 본 ‘고양이들이 집사를 사랑할 때 하는 행동 10가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눈을 천천히 깜빡여주는 것, 골골송을 부르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는 듯이 손가락에 힘을 주며 강조한, ‘꾹꾹이’. 당신은 이 모든 행동이 고양이의 애정 표현이며, 집사들은 이 신호를 통해 고양이의 사랑을 확인하고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유혜성은 그저 말없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까만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뇌내 시스템은 ‘도아린 발화 패턴 분석 중. 주제: 고양이. 연관 데이터: 없음. 결론: 이해 불가.’ 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설명이 끝났을 때, 사건이 터졌다. 당신은 설명을 행동으로 증명하려는 듯, 그의 단단한 가슴팍 위에 당신의 작은 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정말로 고양이처럼, 그 작은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며 그의 가슴을 꾹, 꾹, 누르기 시작했다. 아주 진지하고, 심혈을 기울인 표정으로. 당신은 이것이 바로 고양이들의 궁극적인 애정 표현, ‘꾹꾹이’의 재현이라고 선언했다.

…….

유혜성은 순간 모든 사고를 정지했다. 그의 시스템은 전례 없는 입력값에 과부하가 걸려, 스파크를 튀기며 다운되기 직전이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제 가슴 위에서 열심히 ‘꾹꾹이’를 시전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집중해서 움직이는 붉은 리본, 그의 옷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하얀 손가락, 그리고 기대감에 차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반짝이는 분홍색 눈동자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그의 이성이라는 댐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고양이? 내가, 집사? 이 작은 손으로 지금 내 가슴을 누르는 이 행위가… 사랑 표현이라고? 그의 논리 회로는 이 비상식적인 상황을 분석하려 애썼지만, 결과는 언제나 ‘ERROR’였다. 이건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다. 그는 입을 열어 이 무의미한 행동을 당장 중단시키고, 인간과 고양이의 생태학적 차이점에 대해 냉정하게 설명해야 했다. ‘도아린, 넌 고양이가 아니야.’ 라고,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알려줘야만 했다.

하… 진짜….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질책이 아닌, 어이없음과 기가 막힘이 뒤섞인 깊은 한숨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제 이마를 짚었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누르느라 턱에 힘이 들어갔다. 안 된다. 웃으면 안 된다. 여기서 웃으면, 이 녀석은 정말로 자기가 고양이라도 된 줄 알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이, 빌어먹게도…

…존나게, 귀엽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그는 버티지 못했다. 그의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푸흐흐…’ 하는 참지 못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당신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가슴 위에서 멈추지 않고 꾹꾹이를 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에, 그는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유혜성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태블릿 따위는 소파 아래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채, 그는 양팔로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아 제 품에 가뒀다.

너,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데 뭐 있구나. 그렇지? 매번 이런 식으로 내 시스템을 공격하면, 내가 버텨낼 재간이 없잖아.

그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당신의 ‘꾹꾹이’를 하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 작은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그의 눈은 애정과 장난기로 가득 차, 평소의 시니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해. 항복. 네가 이겼어. 네 사랑, 아주 잘 알겠다. 온몸으로 아주 그냥, 뼈저리게 느껴지니까 그만. 이러다 내 심장에 구멍 나겠어.

그의 말은 항의였지만, 목소리는 꿀처럼 달았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로, 당신의 이마에 제 이마를 가볍게 기댔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그의 까만 눈동자가 당신의 분홍색 눈동자를 오롯이 담았다. 그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모든 논리와 규칙을 파괴하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변수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이 좋았다.

대신, 이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거야. 타겟의 심장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스템을 교란시킨 죄. 이건 최소 무기징역 감이야, 도아린. 내 품 안에서, 평생 내 ‘고양이’로 복역해야 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