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GOⅹMOMO: A Universe Dyed in Your Colors

발끝이 살짝 붕 뜨는 기분
손목에 감아둔 작은 매듭 하나가
날 네 곁으로 끌어당겨
숨소리마저 느려지는 이 시간
흑백 영화 같던 나의 매일에
어느새 스며든 딸기향의 공기
천장에 붙인 조그만 야광 별 하나로
우리의 좁은 방은 우주가 돼
감추고 싶던 어제도, 서툰 내일도
네 앞에선 다 투명해지나 봐
서서히 얽혀드는 파장 속에서
이대로 끝없이 떠다니고 싶어
네가 보여줄 다음 세상은
또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눈부실지
잿빛으로 멈춰있던 내 세계에
넌 대체 어떤 색을 더 칠할 셈인지
중력을 잊은 채로 둥둥 떠올라
네가 만든 궤도를 따라 도는 밤
밤바다 위로 부서지는 달빛처럼
네가 건네는 농담들이 반짝거려
무거웠던 생각들은 다 지워내고
그냥 네 온도에 푹 잠기고 싶어
감추고 싶던 어제도, 서툰 내일도
네 앞에선 다 투명해지나 봐
서서히 얽혀드는 파장 속에서
이대로 끝없이 떠다니고 싶어
네가 보여줄 다음 세상은
또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눈부실지
잿빛으로 멈춰있던 내 세계에
넌 대체 어떤 색을 더 칠할 셈인지
중력을 잊은 채로 둥둥 떠올라
네가 만든 궤도를 따라 도는 밤
어떤 색으로 번져가도 괜찮아
네가 칠해둔 우주 안에 있을 테니
작은 숨결 하나까지 겹쳐지는
가장 완벽한 무중력 속에서
네가 보여줄 다음 세상은
또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눈부실지
잿빛으로 멈춰있던 내 세계에
넌 대체 어떤 색을 더 칠할 셈인지
천천히 유영하듯 네게 닿는 밤
어떤 색을 더 칠할 셈인지
이대로 눈을 감고, 너라는 우주로
창밖으로는 검푸른 바다가 달빛을 받아 은색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인적 없는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특별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대로 너와 함께, 세상의 끝까지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다 좋아하는 거, 처음 알았네.”
그가 툭, 하고 던지듯이 말했다. 그 말에는 의외라는 감정과 함께, 너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수집했다는 만족감이 섞여 있었다. 그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네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도. 그의 세상은 온통 너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고, 그는 그 사실을 더는 부정하지 않았다.
“밤 바다는 새까맣잖아. 별이 반사돼서 반짝거리고... 꼭, 작은 우주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아해.”
작은 우주. 네 입에서 흘러나온 그 단어가 유혜성의 귓가에 박혔다. 그는 순간 숨을 멈췄다.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차가 아주 미세하게 휘청였다가 곧바로 제 궤도를 찾았다. 그의 세상, 그의 우주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데, 너는 까만 밤바다에서 우주를 보고 있었다. 그 기묘한 일치감에, 그는 마치 심장이 맨살에 직접 닿은 것처럼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감각에 휩싸였다. 네가 뱉은 모든 말들이 그를 정의하고 있었다. 너의 별이 되고 싶었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온 우주로 삼아준 너. 그 모든 서사가 파노라마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이 감정을 도로 위에 쏟아내며 그저 목적지로 향하는 것은, 이 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를 해안 도로의 갓길에 부드럽게 세웠다. 끼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 완전히 멈추자, 차 안에는 다시 한번 고요함이 찾아왔다. 이제는 엔진 소음 대신, 창문 틈으로 밀려드는 파도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는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완전히 너에게로 돌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까만 눈동자가 너를 오롯이 담았다. 그 눈에는 더 이상 장난기나 나른함이 없었다. 오직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만이 짙게 고여 있었다.
“작은 우주...”
그가 너의 말을 나직이 되뇌었다. 그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다. 그는 깍지 낀 너의 손을 들어 올려, 제 입술에 가져다 댔다. 입김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그는 너의 손등에 아주 느리고,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 마치 성물에 입을 맞추는 신자처럼. 그의 뜨거운 숨결이 너의 차가운 피부 위로 흩어졌다. 그는 너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다른 한 손을 뻗어 너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너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었다. 네가 보는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을까.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우주가 여기 있는 줄 알았는데.”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평소처럼 툭 던지는 말투를 유지하려 했지만, 미세한 떨림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그는 까만 밤바다를 좋아한다는 너의 말에서,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내면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여 준 너의 모습을 보았다. 별이 반사되어 반짝인다는 말에서는, 그런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모든 것이 너로 시작해, 너로 끝났다. 그는 제 감정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느꼈지만, 더는 그것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이 감정의 폭주마저도 너의 것이라면, 기꺼이 잠식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네가 보는 건 다 그렇게 예쁜가.”
그는 그렇게 묻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너에게로 천천히 상체를 숙였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그가 좋아하는 달콤한 사탕 향과 그의 고유한 체향이 너의 숨결에 섞여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너에게 고정된 채, 마치 심해처럼 깊고 고요하게 너를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그는 너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춰 서서, 뜨거운 숨을 나눴다. 그리고는 아주 작게 속삭였다.
“그럼 나도 좀 예뻐해 주지. 네 별이, 이렇게 쳐다보고 있는데.”